아래 글은 코람데오닷컴에서 게재한 천헌옥 목사의 글입니다. 목사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라 소개합니다.
—————————————————————————————
아들아! 나는 하나님께서 세 아들을 주셔서 감사함으로 길렀다. 딸이 없어 서운한 점도 있었지만, 너희들은 아들로서 부모를 기쁘게 하기에 충분한 아이들이었다.
다만 아버지에게 딸이 없어 서운함보다 더 큰 서운함은 세 아들이 있음에도 한 아이도 내 뒤를 따라 목사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남인 네가 늦은 나이지만 이제라도 목사가 되겠다고 나서니 아버지로서는 대견하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너에게도 고맙고 우리 부부는 함께 기뻐했다. 네가 신학교에 가기 전 네 어머니는 이제 은퇴도 했으니 집만 가득 채우고 있는 책이라도 어디 기증하든지 정리를 좀 하라고 성화였지만 이제 그 책들을 물려줄 네가 있어 기쁘기 한이 없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기쁨보다 기도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네가 본격적으로 목회를 할 때쯤이면 세상은 어떨 것인가? 우리는 그야말로 구시대 사람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시대로 생각할 수 없는 변화를 겪어왔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그것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살아왔지만, 너희들 세대는 생각할 수 없는 변화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야 할 것으로 짐작된다. 너는 과연 그런 사회 앞에 준비되어 있는 일꾼인가?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나처럼 무사히 은퇴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너에게 당부하고 바라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너는 자신이 왜 목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명을 바로 인식하고 그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 말은 곧 하나님이 자신을 목사로 부르신 목적이 무엇인가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단지 목회 생활이 보람이 있을 것 같아서라면 그것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목사직은 화려한 것도 아니고 좋은 직업이라 존경받는 자리도 아니다.
목사는 구원의 문인 교회로 들여보내진 양무리의 목자이기에 그들에게 목자장이신 그리스도를 바르게 소개하고 믿고 따르도록 인도하여야 할 사명을 가진다. 그러기 위해서 너는 바른 신학과 신앙관을 가지고 성경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목회인지 선교인지 교육인지 네게 준 특별한 사명이 무엇인지도 분간해 내야 한다.
목사도 때론 박수받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너를 향하는 시선을 오로지 주님께로 향하도록 해야 할 사명을 가진 것이 목사임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무너지는 한 가지 이유이다.
그러려고 하면 지금까지 네가 가진 모든 철학과 가지고 있는 어쭙잖은 신앙관은 비워야 한다.
이제 신학교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경을 읽고는 자신을 철학을 나열하는 인문학적 설교자가 될 것이다. 그것이 네가 가진 사전 지식 때문에 진리를 왜곡한다면 그런 자는 결코 목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둘째, 목사는 양무리를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훈련하는 착한 목자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목사는 양무리를 훈련하는 교관이라고도 한다. 교관은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수이다. 목사가 스스로 희생하지 않고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교관은 될 수 있을지언정 착한 목자는 못 된다. 그래서는 험한 세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양을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의 영적 전쟁의 상대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들만 있는 곳이 아니다. 그 사람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악한 영이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 눈으로 보이지 않고 영적인 눈으로만 보인다. 그러므로 영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그들의 계략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양들의 생명이다. 그들을 지옥으로 끌어가려고 온갖 짓을 다 하는 것이 악한 영들이다. 우리는 그들의 입에서 양들을 구해내야 한다. 때로는 재산도 잃고 생명도 잃을 수 있다. 그럴 각오가 되어야 비로소 주님이 인정하시는 목사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넷째, 생활비에 대한 관심을 끊어라!
목사는 주의 종이다. 하나님의 집에서 일하는 종은 하나님이 먹여주신다.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불신자까지도)을 하나님이 먹이시는데 하물며 목사이랴. 나는 개척교회만 다니다가 은퇴했지만, 하나님께서는 한 끼도 굶기시지 않으셨다.
많이 받아도 넉넉함이 없고 적게 받아도 모자람이 없는 것이 주의 종들의 생활비이다. 교회가 주지 않으면 까마귀를 통해서라도 먹을 것을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종이 그런 것으로 교회와 다툰다면 그는 월급쟁이고 삯꾼일 뿐이다. 아버지는 항상 주기도문을 강조한다. 기도문 중에서도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그렇게 기도해놓고 더 가지려고 다툰다면 그것은 불신앙의 소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회가 무엇인지 바로 이해해야 한다.
교회는 목사들의 밥벌이 직장이 아니다. 해롱해롱하며 노는 놀이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너도 배웠을 터이다. 아버지는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교회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곳이다. 그가 천국에서 눈을 뜰 때까지 품고 키워야 하는 자궁 말이다.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는 늘 조심해야 하는 것이 산부이다. 기도와 말씀으로 깨어 경성하지 않으면 마귀가 언제 어떻게 장난을 칠지 모르는 곳이 교회이다. 생명을 노리는 마귀는 거기가 생명 터임을 알고 늘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는 주님이 주인이지 목사나 장로가 주인이 아니다. 교회당 건축헌금을 많이 낸 사람도 아니다. 내가 개척했다고 주인이라고 우긴다면 주님은 그를 대적자로 여길 것이다. 그는 죽으면 다 놓고 갈 몇 푼의 돈은 더 가질지 모르지만, 주님의 외면을 받을 자로 간주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그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지만 너는 그런 자들에게서 돌아서라.
아버지의 당부이다.
(이 편지를 목사가 되려고 하는 모든 아들들에게도 함께 부친다.)
출처 : 코람데오닷컴(http://www.kscoramdeo.com)